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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아, 야옹아 ~01

1차 창작 BL



그날은 유난히 달이 높았다. 4월의 한중간을 지나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추웠던 날씨만큼이나 시리게.


“아오, 진짜. 웃기지도 않지ㅡ”

좁다란 골목길 위로 발소리가 울렸다. 타박타박 계단을 올라오는 걸음 소리에서는 얼핏 들어도 짜증이 묻어났다. 계단 끝에 나타난 건 남자였다. 아직은 소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한 앳된 얼굴을 하고, 남자는 발 끝에 걸리는 돌부리를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높다란 달 아래 가로등이 귤처럼 둥실둥실 걸려 있었다. 남은 계단을 마저 올라서던 하얀 얼굴이 오렌지색 빛 아래 찬찬히 드러났다. 봄답지 않은 쌀쌀한 바람결을 따라 하얀 얼굴 위에 놓여있던 갈색 머리칼이 이따금씩 펄럭거렸다. 품이 제법 넉넉한 박스 티셔츠 위로 베이지색 머플러를 둘둘 말고선 남자는 내내 투덜거렸다. 툴툴 짜증을 뱉을 때마다 딛는 걸음이 위태롭게 비틀거렸다. 취기라도 오른 양 지렁이 타기라도 하는 듯이 삐뚤빼뚤 걸으면서도 남자는 용케 넘어지지는 않았다.

계 단을 끝까지 다 올라온 후에야 휘청거리던 걸음이 멈췄다. 발밑으로는 신촌 일대의 불빛이 그림처럼 아른거렸다.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남자는, 효경은 잠깐 숨을 가다듬었다. 안 그래도 가파른 계단을 술까지 먹고 올라오려니 숨이 찬 모양이었다. 얕게 헐떡이는 숨을 고르면서 효경은 다시 한 번 눈썹을 구겼다. 그리고는 괜히 빈 허공을 향해 소리를 빽 내질렀다. 길게 놓인 눈살이 와작 구겨졌다.


“해이찬 이 개새끼야──────!”


나쁜 새끼, 씨발 새끼, 좆같은 새끼. 지가 뭔데 내 맘도 모르고 좋다고 웃어. 술자리 때, 속도 없이 옆에 앉아 비비적대던 동아리 동기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효경이 입술만 꾹 깨물었다. 암만 소리를 지르고 암만 투덜대봐야 여기에선 들어줄 사람도 없다. 빛을 끌줄 모르는 서울 밤하늘 위에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지대가 높은 탓에 동네는 조용했고, 이 동네의 주민들은 술 취한 20대의 고성방가엔 익숙한 모양인지 누구 하나 창 한 번 열어보는 법이 없었다. 발밑에 넓게 펼쳐진 신촌의 불빛들이 괜히 서러웠다. 서럽게 일렁대는 불빛에 효경은 한참 씩씩댔다. 씩씩대다, 실실대다, 울상을 짓다, 또 씩씩대다, 휘청했다. 가뜩이나 술도 약한데 소리를 빽빽 질러댄 탓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취기였을까. 억지로 걸음을 딛지 않고 효경은 그 채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여기에서 고작 열 발자국 정도만 걸어가면 자취 중인 원룸의 현관이었다. 알면서도 효경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해이찬 나쁜 놈, 개새끼, 씨발 놈. 주저앉은 채로 색 고운 입술을 삐죽대면서 효경은 내내 얄미워 죽겠는 동기에게 욕을 퍼부었다. 별별 욕을 다 뱉어도 속이 영 시원하질 않았다. 있지도 않은 데서 뭐하는 짓이야, 이게, 앞에선 솔직하게 말 한 마디도 못하면서. 생각하니 픽 웃음이 터졌다. 웃음이 나와서 픽 웃다가, 크게 웃다 기어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느리게 터진 한숨과 함께 눈가가 시큰했다. 눈가를 스치는 4월의 바람이 유독 차고 시렸다. 이 좆같은 기상청아, 누가 봄이래, 누가 봄이랬어. 괜한 짜증을 삼켜가며 효경은 다시 눈살을 구겼다. 얕게 접힌 눈끝이 조금 젖어 있었다.


“…어라.”


일어나야지, 집에 갈 거야. 가서 해이찬한테 욕 문자나 실컷 보낼 거야, 번호 지우고. 뻘한 생각들을 떠올리며 자리를 털던 효경이 문득 우뚝 멈췄다. 허리를 반쯤 들어 올린 채로 효경은 의아한 듯 주변을 훑었다. 뒷목이 화끈했는데, 지금. 꼭 누가 쳐다보는 것처럼. 빤한 시선이라도 꽂히는 것처럼 뒷목이 따끔했다. 평소에는 둔하다는 소리를 곧잘 들어도 효경은 이런 데에선 묘하게 예민했다. 그냥 쳐다보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뭐지. 시선에 뒷목이 꿰뚫린다는 게 딱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기분 탓일까. 답지 않게 술 마시고 알딸딸해서 괜히 예민해진 게 아닐까, 나. 생각하면서 효경은 한참을 망설였다. 뒤를 돌아볼까, 말까. 고개를 돌릴까, 말까. 짧은 고민 끝에 호기심이 거북함을 간단히 제압했다. 내키지 않는 듯 입술을 꾹 깨물면서 효경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골목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라곤 오로지 효경 뿐이었다.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마리’는 있었다. 그것도 골목 한 중간에.

뭐야, 저게.

“…고, 고양이?”


고양이라는 걸 알아차린 순간 효경이 저도 모르게 흠칫 하며 반발자국을 물러섰다. 걸어 올라왔던 계단 앞에 못 보던 고양이가 떡 앉아 있었다. 4월치곤 꽤 쌀쌀한 바람을 맞아 얕게 흔들리던 갈색 털을 가진 아이는 너무 작았다. 난 지 한 달은 되었을까. 드문드문 짙은 색의 줄무늬가 돋아 있던 고양이는 효경이 양손을 뻗어 잡는다면 뿌듯이 쥐어질 정도로 참 작은 새끼였다. 귀엽다, 그치만 고양이는 싫은데. 고양이과 동물이라면 유난히 질색을 했던 터라 효경은 선뜻 아이에게 다가가지를 못했다. 물러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안에도 고양이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효경이 뒤로 흠칫 물러서건 말건, 반쯤 겁먹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건 말건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거기 그저 오도카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의아했다. 낯을 안 가리네. 그냥 길고양이는 아닌가? 누가 키우던 녀석인가? 의아한 생각에 효경은 조금 용기를 냈다. 한 발자국을 다가서는 동안에도 고양이는 앉은 채로 눈을 들어 효경을 올려봤다. 올려보던 눈과 마주쳤을 때, 효경은 저도 모르게 흡 숨을 삼켰다. 세상에.

눈이 황금색이야.

“눈 진짜 예쁘다, 너.”


반짝반짝해, 햇님 같아. 반절은 취기에 기댄 말은 평소답지 않게 콧소리가 섞여 있고 톤이 높았다. 그 채로 효경은 넋이 빠진 듯 한참이나 고양이를 들여다봤다. 색 밝은 털과 줄무늬도 참 예뻤지만 무엇보다 예쁜 건 눈이었다. 노란 눈을 가진 고양이는 더러 본 것 같은데 저렇게나 밝은 황금색은 처음이었다. 꼭 보석을 박아둔 것 같았다. 달보다는 태양을 연상시키는 눈동자를 한참 들여 보고 있으려니 효경은 왠지 용기가 생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또 한 걸음. 몇 걸음을 다가와도 고양이는 도망가지 않았다. 마치 그 자리에 앉아 효경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마냥 빤히 올려보는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을 냈다. 그런데 참 빤히도 본다. 고양이는 한 점만 본다더니 사실인가보네. 효경은 이윽고 바로 코앞까지 다가가 슬며시 쭈그려 앉았다. 눈이 마주친 고양이가 얕게 눈을 끔벅했다. 인사하는 거지, 이거. 생각하며 효경은 마주 눈을 찡그리며 얕게 웃었다. 나른하게 꼬인 혀끝이 어르듯 말을 걸었다.

“야옹아아 ―”


코에 걸린 소리로 장난을 걸 듯 불러놓고 효경은 조심스레 제 오른손을 내밀었다. 고양이는 제게 내밀어진 손을 잠깐 바라보고는 별로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슥 다가왔다. 손앞에 바짝 다가붙었을 때엔 효경도 버릇처럼 흠칫했던가. 그 채로 고양이는 효경의 손 안에 보드라운 털을 한 번 스윽 문지르더니 이내 효경의 손끝을 작게 할짝거렸다. 혓바닥의 까끌까끌한 돌기가 손끝을 스치는 느낌에 효경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흠칫 떨었다.


“바보야, 간지러워. 히히, 아, 간지럽다니까는.”


들어줄 리도 없는 말을 뱉어가며 효경은 한참이나 소리 내서 웃었다. 간지럽고 또 오묘했다. 따뜻하고 축축한 혀가 차게 식어있던 손끝을 스치는 그런 기분이란. 가뜩이나 차가웠던 공기에 따뜻한 습기가 더해지니 손끝이 묘하게 찌릿했다. 술을 먹어서 그런가, 이상하게 예민하게. 발끝까지 찌릿한 기분에 괜히 민망해진 효경은 그쯤에서 슬그머니 손을 걷어냈다. 고양이는 내내 효경을 올려보고 있었다. 허리를 들어 일어나던 효경은 빤히 올려보는 황금색 눈동자에 다시 멈칫 했다. 아쉬워하는 건가?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인데도 참 묘했다. 그저 보고 있을 뿐인데도 감정이 전해지는 기분이었을까. 신기하네, 이 녀석. 생각하며 효경은 고양이에게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야옹아, 왜 그래. 주인 없어?”

“……”

“외로운 거야?”


신기했다. 말이 딱 떨어지기가 무섭게 고양이는 효경의 다리로 다가와 제 몸을 얕게 부볐다. 고르르 울며 아양을 부려오는 모습에 효경은 저도 모르게 눈꼬리를 휘어뜨렸다. 고양이는 무서운데, 고양이 진짜 싫은데. 손을 뻗으면서 효경은 짧은 한숨을 삼켰다. 얜 너무 예쁘다. 작고 예쁘고, 낯가림도 없고. 다시 뻗어온 손 아래에서도 고양이는 기쁜 듯이 얕게 울었다. 쓰다듬으면 쓰다듬는대로, 만지면 만지는 대로 얌전했다. 순한가. 발톱을 세우는 법도 없이 얌전한 걸 보면 아무래도 사람 손을 탄 고양이인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근처를 헤매고 있는 걸 보니 주인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런데 흔한 길고양이로도 보이지 않고. 길고양이라고 하기엔 털의 윤기부터 달랐다. 보드랍고 따뜻한 털을 한참 쓰다듬어 주면서 효경은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정성을 다해 씻겨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텐데, 이런 건. 누가 키우다 버렸나? 생각하니 괜히 눈가가 시큰거렸다.

“버려진 거야?”


손 아래에서 아양처럼 부벼오던 녀석이 일순 뚝 멈췄다. 황금색 눈동자는 아까와 다르게 왠지 슬퍼 보였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건가. 진짜 똑똑한 고양이네. 기특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측은했다. 아, 나 오늘 진짜 예민하다. 술 때문이야, 아니면 그 개 같은 이찬 새끼 때문이야. 절대로 후자임에 틀림없다며 효경은 얕게 입술을 짓이겼다. 심란한 생각을 곱씹어 가면서 효경은 고양이의 보드라운 머리 위를 한참 문질거렸다. 따뜻했다. 올려보는 그 황금색 눈동자만큼이나 따뜻하고, 예뻤다. 꼭 태양처럼.

빈 골목 위로 스치듯 바람이 불어갔다. 4월인데도 바람은 손가락이 곱아질 정도로 아직 차다. 귀 끝이 아릴 정도의 바람에 효경은 괜히 서러워졌다. 그게 다른 어떤 녀석 생각 때문인 걸 스스로 잘 알면서도 효경은 그저 고개만 얕게 털었다. 이렇게나 서러운데 따뜻했다. 이렇게나 맘이 시린데, 손안에 놓인 온기는 참 따뜻했다. 그 온기가 왠지 좋아서 효경은 눈꼬리를 휘어트리며 그린 듯이 웃어보였다. 가만가만 아이를 달래듯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4월의 바람결도 이제 더는 춥지 않았다.


“야옹아.”

“……”

“형아랑 같이 갈까?”


그때 왜 그랬을까.

응, 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은.




2010 년 6월, 대부분의 상반기 학사 일정을 끝마친 K대는 조용했다. 매일 자리 쟁탈전이 벌어지던 도서관도, 복학생을 중심으로 새우깡을 우적대며 소주를 들이붓던 잔디마당이나 강의실도 제법 넉넉해졌다. 텅빈 풍경 위를 돌아다니는 건 간혹 시간을 때우기 위해 도서관이나 빈 강의실을 배회하는 학생들뿐이었다. 학생들이 빠져 나간 빈자리에는 햇볕만 쉼 없이 쏟아졌다. 지난봄까지 그렇게 추웠다는 게 다 꿈이었다는 것처럼 태양은 모두를 태워죽일 듯 이글거렸다. 예년에 비해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숨만 쉬어도 땀이 차는 이 여름에 그나마 에어컨이 합법적으로 돌아가는 곳은 딱 한 곳뿐이었다. 동아리실, 그 중에서도 여름마다 공연이니 뭐니 특별활동이 많다고 핑계를 충분히 댈 수 있는 밴드부의 합주실 정도.

“우리 집 고양이가 이상해.”


합주실을 울리는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37도의 열 난로들이 시시때때로 버글대는 통에 앰프 하나 제대로 차지하기 힘들었던 합주실에는 지금 꼭 셋 밖에 없었다. 기타를 튕기던 갈색 머리가 하나, 자기 파트도 아닌 드럼을 퉁퉁 두드리며 장난을 치던 짧은 금발이 하나, 베이스의 줄을 조이며 조율 중이던 흑발이 하나. 자리를 차지 않고 앉은 사람 수에 비해 합주실은 오늘따라 너무 넓었다. 막 터져나온 목소리는 안 그래도 넓어 뵈는 합주실에 황량함을 더해주는 놀라운 힘이 있었다. 여기가 이렇게 넓었던가 싶었다. 학기 중엔 한 번도 못 느꼈는데.

말소리를 끊어낸 건 쯧쯧, 하고 짧게 혀를 차던 소리였다. 드럼 앞에 앉은 채로 짧은 금발이, 이찬이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장난스럽게 콧날을 구겼다. 제 포지션도 아닌 드럼에 앉아 스네어를 창창 두드리며 혀를 차고 있으려니 곁에 있던 갈색머리가 못마땅한 듯 이찬을 노려보았다. 그 갈색머리가 조금 전 고양이 타령을 했던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플라스틱 의자를 끌어다 앉은 채로 샌들도 벗어던진 하얀 발을 꼬물대며 기타를 튕겨대던, 지효경.

“거봐라, 지효경씨. 내가 너 고양이든 강아지든 잘 못 키울 거라고 그랬지?”

“이찬 새끼 완전 웃긴다. 못 키우긴 누가 못 키워? 내가 진짜 얼마나 정성을 다 해서 키우고 있는데.”


세고비아의 연습용 기타를 디리링 튕기면서, 효경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미간이 확 좁아지는 얼굴이 아무래도 딴엔 진지하게 화를 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심각한 얼굴에 이찬이 괜히 스틱 쥔 손을 흔들며 넉살 좋게 웃었다. 알았어, 알았어, 인마. 달래듯 말을 받고 이찬은 다시 한 번 스네어를 촤앙, 두드렸다. 얕게 몇 번을 두드리며 손장난을 놀고 있으려니 다른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드럼보다 몇 걸음 앞 맨바닥에 앉아 베이스의 줄을 솜씨 좋게 조이던 흑발의 그 녀석, 주은호였다. 펜더의 로고가 멋스럽게 찍힌 베이스를 이리저리 조여 가며 은호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다소 의아한 듯 싶은 목소리였다.


“효경이 고양이 키워?”

“어? 응.”

“아, 너 몰랐냐? 언제였냐, 봄이었지? 얘 술 먹고 집에 가다 아깽이 하나 주웠잖아. 지효경, 너 그거 이름이 뭐라고?”

“…야옹이.”


작게 대답했더니 이찬이 배를 잡고 웃었다. 야옹이라니, 씨발, 야옹이라니, 야옹이라뇨, 야옹이가 뭐냐고. 아예 스틱까지 던져 가며 웃어대는 꼴에 효경이 다시 한 번 미간을 좁혔다. 아, 진짜 시끄럽다고, 해이찬!! 짜증스럽게 소리를 꽥 질러줘도 이찬은 한참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러다 기어이 드럼용 스툴에서 한 번 넘어질 뻔 하고 난 후에야 겨우 웃음이 멈췄다.

“야, 지효경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야옹이라니, 야옹이라뇨. 차라리 나비가 낫겠다.”

“야옹이나 나비나 그게 그거지, 왜 남의 집 애기한테 태클인데? 별 게 다 시비야.”


응응, 그래그래.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이찬은 이미 웃겨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 보고 있으려니 왠지 맘이 상했다. 딴 사람이 저래도 속이 상할 텐데 이찬이 저러니 심장에 좀 세게 박혔다. 같이 웃고 짜증내는 건 어려운 게 아니지. 그런데 이찬과 이런 식으로 한 두 마디 장난을 주고받으면 마음에 뭔가가 묵직하게 남았다. 그게 꼭 1년이 넘었다. 한두 마디씩 괜한 장난을 치고, 가볍게 주고받으며 놀아놓고서 혼자 집에 돌아오면 끙끙 앓는 그런 거. 그런 날이면 밤이 유독 길었다. 해이찬 욕하느라고.

그걸 넌 모르겠지, 바보 같은 이찬 새끼야. 아마 평생 가도 알 일 없겠지만. 생각을 꾹 눌러 삼키며 효경은 이찬에게서 시선을 홱 떼어냈다. 떼어내고 난 후에도 이찬은 여전히 효경을 보고 있었다. 그 채로 말은 또 일상적이고 가볍게 이어졌다. 마치 애인이라도 달래는 것 같은 모양새다. 하여튼 요령 하나는 기똥차게 좋았다. 짜증이 날 정도로.

“니네 야옹이 왜. 또 밥 가리냐?”

“밥을 가린다니.”

“아, 은호 너 모르지? 야. 쟤네 고양이는 사료 안 먹는단다. 스팸이랑 참치 같은 것 밖에 안 먹어.”


묵묵히 듣고 있던 은호가 한 마디를 툭 치고 들어왔다. 따지고 보면 셋은 항상 이런 분위기였다. 효경과 이찬이 괜히 사소한 이야기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으면 은호가 툭 끼어들며 한 두 마디 거드는 정도였던가. 이따금 효경과 이찬이 별 것도 아닌 일에 열을 올리며 투닥대기 시작하면 그걸 중재하는 게 또 은호의 몫이었다. 그걸 볼 때마다 동아리 선배들은 물론이고 한 학번 어린 후배들도 신기하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찬이나 효경이야 그렇다 쳐도 은호가 저 조합에 잘 어울려 지내는 게 그들 딴엔 묘한 모양이었다. 하긴, 어떻게 봐도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지. 효경 스스로도 가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늘 꿋꿋하게 셋이었다. 지효경, 해이찬에 주은호까지.

셋은 성격부터 전혀 달랐다. 시끄럽고 핏대 잘 올리는 성격인 건 이찬과 효경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런 한편으로 둘은 관심 분야부터 가치관은 또 전혀 달랐다. 거기에 은호는 성격마저 이찬이나 효경과는 완전히 다른 타입이었다. 아마 같은 동아리, 같은 기수가 아니었다면 서로 만나거나 엮일 일도 없지 않았을까. 뭣보다 은호는 가정환경부터 둘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자취 중인 효경이나 서울에서 나고 자라 부모님과 함께 살며 통학하는 이찬은 그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딱 평범한 중산층의 자제들이었다. 이에 비해 주은호는 태생부터 둘과는 세계가 달랐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10년이 넘도록 살았고, 한국에서는 외국인 자녀들만 입학이 가능하다는 학교에서 십대 시절을 보냈다고 했나. 입시 상담을 받으러 오던 날에 안내해준 영문과 여자 선배를, 딴 게 아니라 잘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현장에서 기절 시켰다는 전설의 K대 남신 주은호는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온갖 소문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집이 쩐다더라, 대한민국 상위 0.1%라더라, 부모님이 정치가 누구라더라, 아니다 장관이라더라, 기업 총수 누구 아들이라더라 하는 류의.

물론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는 법은 없다고, 주은호에 대한 소문이 모두 거짓은 아니었다. 적어도 확실히 있는 집 자식이기는 했다. 이제 성년을 맞이한 대학교 2학년생이 기사 딸린 롤스로이스를 타고 등하교를 한다는 건 분명 일상적인 풍경은 아닐 테니까, 어쨌거나.

그게 진짜 이상하단 말이지. 효경은 가끔 은호를 두고 그렇게 생각했다. 어떻게 친해진 건지 계기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동아리 때문이겠지, 뭐. 동아리실 들락날락 하다 보니 인사를 하고 있었고, 이찬만큼 살갑게 지내는 사이는 못 되지만 어울려 일상 안부 물어볼 정도는 됐고,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은 이렇게 셋이 가장 가까웠다. 아이돌도 3인조의 씨가 마른 이 세상에 삼총사도 아니고, 촌스럽게.

그에 비하면 이찬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확실했다. 영화 전공이라 셋 중 유일하게 예대생이라는 이찬은 동아리 이전에 교양 수업 때부터 효경과 안면을 텄다. 한국사 수업이었던가. 딱 교양 수준의 간단한 역사를 배우는 수업에서 이찬은 그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학기가 끝날 때엔 클래스 내 모든 수강생은 물론이고 강사와도 친구가 되어 있었다. 효경과 안면을 트게 된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후배, 학번을 막론하고 마구잡이로 친해지던 과정에서 자연히 알게 됐고, 알게 된 후부터는 어찌된 셈인지 걸핏하면 효경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후부터 이찬은 수업 내내 효경의 옆에서 고개를 처박고 잤다. 미친 놈아, 넌 자려고 내 옆에 앉지?! 장난을 섞어 던진 짜증에 이찬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그랬었다. 어, 너랑 있으면 잠이 잘 오거든,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재미 삼아 가입한 동아리에서 해이찬을 또 만났다. 보컬 하고 싶습니다, 이 밴드 들어오려고 입학했거든요. 그렇게 우렁차게 대답하던 이찬을 뒤에서 지켜보던 효경은 헐, 하고 혀를 내둘렀었다. 그래도 그런 모습들이 참 싫지 않았다. 씩씩하고 대차고, 누구라도 제 편으로 만들어 버릴 그 낙관적인 태도들이 맘에 들었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엔 어느새 좋아하고 있었다. 말만 섞어도 두근대는 심장이 싫어서 괜한 짜증을 내고 타박을 줄 정도로. 무슨 초딩처럼.

됐어, 왜 또 꿀꿀한 생각이야, 나는. 생각을 접으며 효경은 버릇처럼 짧게 도리질을 쳤다. 그랬더니 은호가 또 한 번 말을 잡아챘다. 예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였다.

“고양이 싫다면서.”


덤덤하게 뱉은 것치고 어투에는 묘한 힘이 있었다. 얘는 사람 집중시키는 게 있다니까, 신기하게. 생각하며 효경은 어어, 하고 조금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아직도 싫어. 고양이 무섭잖아.”

“맞다. 야, 지효경. 너 고양이 왜 싫어하냐?”


저건 자기도 고양이 무섭다고 한 주제에 아닌 척을 하고 있었다. 말을 꺼낸 이찬을 짧게 흘기다 효경은 이내 말았다. 사실은 사실이지. 스스로 생각해도 고양이에 한해서는 좀 유별스러운 데가 있긴 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길가다 고양이랑 마주치기만 해도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쭈뼛 올라오는 그런 거. 특히 무서운 건 그 눈이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고양이 눈만 보면 엉엉 울면서 달아나기 바빴었다. 그만큼 고양이가 무서웠다. 고양이도 무섭고, 고양이과 동물들이라면 효경은 죄 질색을 했다. 어릴 땐 동물원도 좋아했던 것 같은데 고양이를 싫어하게 되면서부터 효경은 동물원에 아예 가질 않았다. 고양이는 말할 것도 없고 호랑이며 사자며 재규어에 치타니 하는 것들은 전부 무섭고 싫었다. 그 눈이 효경에겐 공포였다. 마주치는 순간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는, 왠지 어린 날의 어두운 기억을 파내는 것 같은 그런 눈.

물론 효경이 이렇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었다. 따지자면 단순한, 그러나 그리 가볍지만은 못할 그런 계기.


“아, 몰라. 싫으니까 싫은 거지 뭘 그런 걸 물어봐?”

“이거 봐라, 이거 봐. 또 츤츤거리고 있죠, 지효경씨.”

“그냥 싫다니까. 고양이 그 눈만 봐도 싫은 걸 어쩌라고.”

“근데 고양이 키운다면서.”


오늘따라 답지 않게 은호가 집요했다. 끈덕지게 따라붙는 질문에 헐 소리가 절로 터졌다. 얘가 왜 이러나 싶었다. 평소엔 말도 별로 없으면서. 몰랐는데 사실 애묘인이었다거나 하는 전개인가, 이거? 그렇게 생각하고 은호를 바라보다 효경은 문득 풉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은 자기 좋아하는 동물을 닮는다고 그랬었는데, 지금 보니 고양이 얘기에 집요하게 구는 게 이해가 갔다. 늘씬하게 균형 잘 잡힌 흑표범 한 마리를 연상 시키는 얼굴이었다. 하긴, 저것도 하여튼간 말이 안 되게 잘 생겨서 가능한 포스겠지만.

표범 닮았다거나 잘 생겼다는 말을 뱉어주는 대신 효경은 길게 기지개를 켰다. 기타를 튕기는 데엔 이미 흥미를 잃었다. 듣자하니 방학 중에 외부 공연이 하나 있긴 하다는 모양인데 난 어차피 보결이겠지. 공연에 나간다고 해봐야 저기 있는 해이찬, 또 주은호 정도다. 원래부터 노래 좀 했다는 이찬은 물론이고 취미 삼아 베이스를 쳤다는 주은호도 어디 가서 빠질 실력들은 아니었다. 저런 것들하고 같이 다니니까 내가 실력이 안 느는 거잖아, 주눅 들어서. 생각하니 또 짜증이 울컥 치밀어 올라 효경은 애꿎은 제 입술만 질근 씹었다. 품에 있던 기타줄을 화풀이처럼 튕겨가면서도 효경은 짜증을 냈다. 이봐, 난 소리도 뭉툭하잖아. 속 터지게. 울컥 짜증을 삼키는데 이찬이 또 이쪽을 향해 말을 걸었다. 눈치 없이.

“니네 고양이 발정 난 거 아냐? 사춘기 같은데?”

“야, 됐어. 해이찬. 야옹이 얘기 고만해.”

“와, 지효경씨 지가 고민 있대놓고 어이가 없죠. 츤츤 거리는 것도 적당히 해야 이쁘다, 응?”

“아, 됐다니까― 이찬 새끼랑 말하느니 혼자 앓고 말지.”


영화 만든다는 놈이 감수성이 저렇게나 바닥이어서야. 섬세함과는 담 쌓았고, 감성도 모르겠고 다정한 성격도 아니었다. 적어도 효경에게는 그랬다. 웃고 놀리고 장난치고 낄낄거리고. 이찬이 자신에게 주는 것은 대부분 그런 식이었다. 그래, 저런 새끼를 좋아한다는 내가 바보고 등신이다. 남자라는 것도 서러운데 왜 하필 저딴 걸 좋아하지, 나는. 말하느니 혼자 앓지. 그냥 혼자 곪고 만다고, 짜증나서.

또 습관처럼 푹 한숨이 터졌다. 신경을 끄자. 깔끔하게 결론을 짓고 있으려니 이찬이 스툴을 털고 일어나선 이쪽으로 왔다. 여전히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채로 별 흥미도 없이 기타만 팅팅 튕기는 효경의 앞에 쪼그려 앉은 채로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효경이 왜, 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 얼굴을 올려보며 이찬이 옅게 웃었다. 그 얼굴만큼은 눈물겹게 다정했다. 욕도 못하게.

“우리 애기 또 삐쳤네.”

“야, 누가 니네 애기…”

“영화 보러 안 갈래?”


나쁜 새끼가 어디서 수작질이야. 그 말이 정말 목구멍까지 넘어온 걸 효경은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게 늘 신기했다. 너 사실은 내 맘 다 알고 이러지, 이 개 같은 새끼야. 넌 늘 이래. 늘 이런 식이야. 못될 거면 끝까지 못된 놈처럼 굴면 되는데 꼭 하나를 준다. 꼭 한 가지는 마음에 쿡쿡 찔러넣어. 그게 너야. 그게 너란 새끼야. 실컷 놀리고 난 후에는 꼭 이렇게 달래가며 다정하게 군다. 이래서 니가 진짜 개새끼야, 해이찬. 이러니까 포기가 안 되잖아, 나쁜 놈아.

“우리 애기 화풀자, 응? 화내면 이쁜 얼굴 미워진다.”

“됐다고, 멍청아. 진짜 이찬 새끼 짜증나게 아까부터 누가 니네 애기…”

“어허, 오빠가 영화 보여준다고 하잖아.”

“오빠는 무슨, 지랄신 까꿍하는 소리 하고 있다.”

“아빠는 아니니까?”

“야, 해이ㅊ…”

“가자. 너 보고 싶은 거 있다면서.”


한 마디를 탁 쏴주고 싶어도 이러면 정말 할말이 없다. 점심 먹으면서 스쳐가며 했던 이야기를 이렇게나 귀신처럼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생각에 효경은 기어이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얼굴에 이찬은 그제야 활짝 웃으며 효경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그냥 친구일 뿐인, 단순히 자신과 가깝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터지는 장난에 조금 웃음이 났던가. 아니면 한숨이 터졌던가. 하지만 정작 한숨을 쉰 건 효경이 아니라 은호였다. 유독 깊고 낮은 한숨이 합주실의 마룻바닥을 낮게 울렸다. 꼭 들고 있던 베이스의 묵직한 소리처럼.

“딴 약속 잡지마라. 오빠 삐친다, 효경아.”


그 소리엔 효경도 픽 웃었다. 미친 새끼, 하고.





* * *

하늘 끝이 붉어지기 시작할 무렵에야 합주실을 나왔다. 오후 늦도록 괜히 노닥거리기만 했다. 코드집을 뒤적거리거나 혹은 노가리를 까는 정도. 슬슬 허기가 몰려온다 싶을 때쯤에 먼저 일어난 것은 은호였다. 약속이 있다고 했었다. 무슨 약속인데? 궁금해서 물어본 효경의 질문에 은호는 그냥, 하며 말을 흐렸다. 안 그래도 둘만 영화본다 어쩐다 해서 같이 보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일부러 피해줬나. 대충 짐을 챙겨 들고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효경은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아니, 일부러 피해줄 리가 없잖아. 나름대로 꼭꼭 숨긴다고 숨기고 있고, 또 저 성격에 감히 그런 걸 생각할 리도 없다. 주은호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지. 남자가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도, 지효경이 해이찬을 보면서 설렐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며 효경은 저 혼자 계속 도리질을 치거나 했다. 그런 모습이 귀여운지 이찬이 괜히 효경의 뒤통수를 벅벅 문질거렸고, 몇 번은 효경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였던가. 그렇게 한참 터덜터덜 언덕길을 내려가다가 교문 앞에 도착했을 즈음에야 셋은 멈춰섰다.

멈춘 건 딴 게 아니었다. 오늘도 교문 앞에 서있던 롤스로이스의 검은 몸체란, 그 위풍당담함이란. 또 이제는 그만큼 낯익은 풍경이 되어버린 저 수트 차림의 단정한 사내란. 이런 풍경을 본 지는 꼭 1년이 넘었지만 효경은 저도 모르게 히끅 딸꾹질을 했다. 하여튼 진짜 대단한 주은호였다. 대통령 아들인 거 아냐? 물론 그럴 리가 없지만.

“어, 잠깐. 메시지 왔다.”


와, 차봐라, 오늘도 죽여주네. 부지런히 감탄사를 늘어놓고 있던 이찬이 불현듯 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이찬이 주머니를 뒤지고 액정 위로 손가락을 놀리는 동안에도 핸드폰은 부지런히 얕은 진동을 규칙적으로 뽑아냈다. 현란하게 움직이던 손가락을 가만히 쳐다보던 효경은 이내 은호를 따라 교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롤스로이스 곁에 서 있던 진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습관처럼 쓰고 있던 안경을 손끝으로 밀어올리고 따박따박 정갈한 걸음새로 걸어왔다. 그러다 자신이 모시는 사람과 그 곁의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한 모양인지, 남자는 적당히 멈춰선 이쪽을 향해 짧게 공손히 인사를 붙였다. 이 역시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남자가 모시는 사람은 주은호고, 그 곁의 낯익은 얼굴들은 효경과 이찬이다. 이젠 제법 익숙해진 얼굴을 향해 효경도 주춤주춤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러고 보니 직책이 뭐랬더라. 비서실장이랬던가. 대충 그런 직함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효경은 남자를 볼 때마다 항상 직함보다는 이름을 먼저 떠올렸다. 처음 주은호랑 같이 캠퍼스를 가로 질러 내려왔을 때에도 남자는 이찬과 효경에게 오늘처럼 공손히 인사를 하고 명함 한 장을 내밀었었다. 도련님의 친구분들이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내밀어준 명함에는 사람 좋은 태도와는 달리 제법 딱딱하고 사무적인 느낌의 이름 석자가 따박따박 찍혀 있었다. 한정민, 이라던 석 자.


“어. 한실장님이시네. 안녕하세요! …… 어? 뭐야, 이거.”


아직도 이 풍경이 낯선 효경과 달리, 이찬은 액정을 놀려가며 익숙하게 인사를 받았다. 역시 저 미친 친화력. 하지만 인사를 다 끝내기도 전에 이찬이 꽥 비명을 질렀다. 헐, 대박, 완전 대박. 씨발, 존나 대박. 눈을 크게 열어가며 실실 대는 폼을 보아하니 효경은 아 싶었다. 익숙한 패턴이었다. 건수 생긴 거지, 저 새끼, 또. 생각에 효경은 이찬을 가만히 흘겨보았다. 눈을 채 흘기기도 전에 이찬이 기다렸다는 듯 눈을 구겼다. 어쩌지, 하는 말로 시작하는 걸 보니 오늘도 글러먹은 모양이었다. 해이찬 이 개새끼야, 데이트는 개뿔.


“저기 효경아. 미안한데 나 다른 데 가야할 데가 생겨서…”

“뭔데. 소개팅?”

“어? 아, 어어. 그게, 야. 저기 E대 신방과라잖아. 아나운서 준비하는 애라고…”

“가, 그럼.”

“진짜?! 가도 되냐?!”


어차피 이럴 거라곤 예상했었지만 바로 저렇게 반응이 오니까 맥이 빠졌다. 마지못해 뱉은 소리라고, 멍청아. 근데 그걸 모른다. 가란다는 소리에 좋다고 눈까지 둥그래지는 저런 얼굴에 진짜 열불이 치솟았다. 화나. 빡치고 짜친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어쩔 수도 없었다. 이걸 붙잡고 뭐라고 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을 턱이 없으니까.

“그럼 나 먼저 간다. 한 실장님 반가웠어요! 주은호, 잘 들어가고! 아, 효경아. 나중에 오빠가 전화할 거니까!”

“됐……”

“내가 너 진짜 사랑하는 거 알지? 사랑한다, 지효경!”

“꺼지라고, 미친놈아!”


빽빽 소리 지를 새도 없었다. 저 할말 딱딱 하고 손만 붕붕 흔들더니 이찬은 쏜살 같이 달려 길을 벗어났다. 저래 봐야 오늘도 허탕만 치고 올 거면서. 안 봐도 비디오다. 안 봐도 비디온데, 화가 난다. 저거 진짜 일부러 저러는 거야, 뭐야. 저런 걸 또 나는 대체 왜 좋아하는 거야. 짜증이 나니까 열이 훅훅 올랐다. 뒤집히는 속을 진정시키려고 손부채질만 훅훅 해대는데 주은호가 한참을 빤히 쳐다봤다. 그 시선에 효경의 손이 어색하게 멈췄다. 이상했다.


“뭐야, 왜 갑자기.”

“너 잠깐.”

“나 뭐.”

“다시 해봐. 그거.”

“그게 뭔데?”

“부채질, 그거.”


안 그래도 빡치는데 얘까지 왜 이러는가 싶었다. 야, 이 미친놈아-가 튀어 나오고 싶어 목구멍이 들썩대는 걸 효경은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건 뭐 일부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해이찬이면 모를까, 주은호가 그럴 성격은 아니다. 워낙 말수가 적어 알기 어려운 타입이라고 해도 그 정도는 효경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 내가 저 표범 새끼 붙잡고 무슨 소릴 하겠어. 답답한 마음에 그냥 한숨만 푸욱 뱉어냈던가.

그때 문득 목 뒤가 간지러웠다. 아니, 뜨거웠다. 느닷없이 잡힌 커다란 손의 온기 때문에.

“?… 야, 너 지금 뭐한…”

“……”

“뭐하냐니까, 미친 놈아!”


얘들이 진짜 미쳤나, 왜 이러는데?! 정말 심장이 펄쩍 뛰었다. 느닷없이 잡히더니, 뜬금없이 숨이 닿았다.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제 얼굴을 바싹 붙이더니 주은호가 한참을 킁킁거렸다. 얜 또 왜 이래. 변태야? 이것들이 단체로 더위를 집어 먹었나. 대체 얼마나 할 짓이 없으면 벌건 대낮에 동기 모가지 붙잡고 코를 묻어가며 킁킁 거리고 있을까. 어이가 없으려니 별 일이 다 생긴다. 당장에라도 확 쏴줄 맘으로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은호가 먼저 멀어졌다. 잡혔다가 놓인 탓에 효경은 잠시 벙찐 기분이었다. 뭐야, 방금 이건?

의아한 기분이 가시기도 전에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채로 은호는 또 느리게 눈을 끔벅거렸다. 그 눈이 정말 딱 표범이었다. 숲 속에 몸을 웅크려 숨은 표범, 이제 사냥감이 방심할 틈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그 표범. 감정도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은호는 다시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낮은 목소리가 오후의 공기를 흔들었다.


“너, 단내 난다.”

“…뭐? 무슨 단내.”

“그냥 단내. 달콤한 냄새.”

“무슨 소리야, 내가 단내는 왜…”


오늘 날씨가 정말 덥긴 더운 모양이었다. 주은호까지 자꾸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걸 보면. 뭐야, 대체. 게다가 주은호는 그렇다 쳐도 한실장님은 또 뭐지. 보통은 말릴 법도 한데 한실장은 몇 발자국 곁에서 팔짱만 낀 채 도무지 이 상황에 끼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한실장이라도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실장님, 당신 도련님이 뭘 하나 좀 봐요. 이런 건 관리 안 해줘? 아니 왜 자기 동기, 것도 남자 동기 목덜미를 불시에 킁킁 거리고 있냐고. 얘가 아무래도 더위를 먹은 것 같네요. 가서 몸보신 좀 시켜요. 돈은 쩔게 많을 텐데 캐비어 같은 거라도 좀 먹이던가. 나 참 기가 막혀서.

숨결이 스친 자리는 아직도 뜨거웠다. 열기 탓에 저도 모르게 목덜미를 쥐고 있던 효경은 한참이나 은호를 뜨악하게 쳐다봤던가. 그 상태로 묘하게 시선이 맞물렸다. 마주친 시선을 한 번 피하지도 않은 채로 은호가 두어 번 눈을 끔벅였다. 그러다 바람처럼 아마 그렇게 중얼 거렸던 모양이다. 낮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설마.”

“……?”

“너일 리가 없어.”


무슨 소리야, 이건.

묻기도 전에 은호가 먼저 등을 돌렸다. 나중에 보자, 라는 가벼운 인사를 붙이고 멀어지는 은호를 효경은 잡지도 못했다. 한 번 돌아보지도 않고 롤스로이스를 향해 척척 걸어가는 은호 대신 조용히 자리를 지켰던 정민이 효경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이 롤스로이스에 올라 도로 위를 미끄러질 때에도 효경은 한참이나 그곳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머리가 멍했다. 그리고 조금 뜨거웠던가. 날이 너무 더운 탓이라고, 효경은 그렇게 생각했다.


“…대체 뭐야.”


늦은 오후, 여름이었다.













* * *



"씨발, 이찬 새끼를 내가 진짜 -"


더웠다. 오늘따라 집으로 오르는 계단이 유난히 더 높고 멀게만 느껴졌다. 냉장고가 비었던 게 생각이 나서 대강 장까지 봐왔더니 이건 아주 중노동이 따로 없었다. 금세라도 끊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한 비닐봉투의 끈을 쥐고 효경은 계단을 오르면서 어떻게든 숨을 쉬려고 노력을 했다. 훅훅 숨을 뱉으면서 계단을 다 올랐을 때에야 비로소 참았던 설움이 우르르 욕지기가 되어 쏟아져 나왔다. 해이찬 이 씨발놈아, 이 개 같은 새끼야. 그럴 거면 아예 영화 보러 가잔 소리를 하지 말던가. 사람 낚아놓고 저는 또 괜히 커피숍에 앉아 넉살 좋게 웃어가면서 같잖은 멘트나 치고 있겠지. 눈이 참 예쁘시네요, 옷 센스가 좋은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말랐어요? 좀 더 먹어요, 이런 말들. 생각하니 효경은 속에서 울컥울컥 열불이 치솟는 걸 느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이런 날씨에 아주 지랄염병이 따로 없네. 제 집만 따로 똑 떨어져 있는 원룸형 자취방으로 걸어가면서도 효경은 내내 모터를 단 듯 투덜거렸다. 그래도 계단을 다 올라오니까 한결 낫기는 하다. 아니긴 아니어도 여기가 그나마, 이 동네 근방에서 가장 시원하긴 하니까.

신촌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노고산 꼭대기에 위치한 원룸은 여러 핸디캡을 안고 있었다. 일단 높고, 멀다는 것. 학교가 산 뒤편이라 버스를 탈 필요도 없고 지름길도 있긴 했지만 그것도 언덕을 내려갈 때만 해당되는 상황이었다. 집에 올 때면 언제나 큰 결심이 필요했다. 특히나 집까지 곧게 뻗어 있는 계단 앞에만 서면 눈 앞이 까마득해졌다. 저걸 언제 기어 올라가지. 이건 뭐 록키도 아니고. 새터가 끝나자마자 계약을 위해 함께 대구에서 올라왔던 엄마는 위치 때문에 기겁을 했다. 이사 트럭이나 올라가겠느냐며 다른 집도 한 번 보지 않겠냐고 몇 번을 설득했다. 하지만 그런 여러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효경이 이 집을 택한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우선 독채형 원룸이라 혼자서 조용히 쓸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바로 눈앞의 풍경이었다. 등 뒤로 넓게 트인 신촌말고, 도심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저 푸르디푸른 노고산.

도심 한중간에 산이 있는 건 대구에서도 좀체 만나기 힘든 풍경이었다. 문만 열면 바로 산이라니. 때문에 날벌레도 제법 많고 안개가 끼거나 습기가 내려올 때도 있었지만, 아침마다 맑은 공기가 넘어오면 모든 걸 다 용서할 수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청량한 공기를 누릴 수 있다니. 이런 더운 여름에도 창문 열고 가만히 있으면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어도 딱히 덥지도 않았다. 그리고 도심 한중간에 있는 산이라니, 왠지 낭만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고.

1년이 넘은 지금은 그냥, 그럭저럭 살고는 있다. 불만이 있다가도 공기 때문에 모든 게 잊혀졌다. 혼자 조용히 처박히기엔 이만한 원룸도 없었고. 하지만 이사 온 초기에만 해도 정말 견딜 수 없던 게 있었다. 그건 날벌레가 많다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효경은 풍기는 분위기에 비해 벌레에는 그리 겁이 없었다. 어릴 땐 할머니랑 같이 산 적도 있는데, 뭘. 낙동강 자락 어딘가, 산속을 한참이나 달려 들어가야 하는 할머니 집은 항상 곤충이 많았다. 매미며 잠자리, 그외 온갖 날벌레들이 익숙하게 날아들던 한옥집이었다.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한참 뒤에도 전쟁이 난 줄 몰랐을 정도로 깊고 깊었던 그 산골에는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진짜 호랑이가 나왔다고도 했다. 그런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인지 효경은 딱히 벌레엔 겁을 먹지 않았다. 딱 하나 견딜 수 없던 건 바로 이거였다. 산이 있는 덕분에 숱하게 동네를 방황하던 그, 수많은 길고양이들.

하지만 그것도 다 작년까지의 일이다.

아니, 그 '야옹이'를 만나기 전까지의 일.


“야옹아―”

현관문을 열면서 효경은 먼저 고양이부터 찾았다. 야옹이라는 게 딱히 이름이랄 것도 없고 대충 붙인 거지만 그래도 효경은 그 야옹이란 이름이 맘에 들었다. 평범하면서도 귀엽고, 그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처음 붙여주었던 이름이라 의미가 생겨버린 탓이기도 했다.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딱히 다른 이름이 생각나지도 않는다. 이름이 익숙해지는 그 몇 달 동안 야옹이도 너무 많이 달라져 버렸지만.

아, 맞다. 그 얘기를 못 했다. 오늘 해이찬한테 휩쓸리다 정작 하고 싶던 얘기를 못했다는 걸 효경은 그제야 떠올렸다. 우리 야옹이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고, 그게 진짜 고민인데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했었어야 했는데. 조언은커녕 조련질만 하다 여자나 만나러 갔지, 이 해이찬 새끼는. 소개팅 파토 나라. 아주 와장창 파토나 나버려라. 저주를 퍼부어가며 효경은 벗은 샌들을 한쪽에 잘 정돈해두고 방에 올라섰다. 들고 온 비닐봉투를 대강 던지려는데 침대 위에서 뭐가 불쑥 움직였다. 그리고는 사뿐히, 고고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근데 그게, 너무 컸다. 이미 새끼라고 부르기엔 좀 뭐할 정도로.

“…어떻게 두 달만에 저렇게 컸지.”


진짜 호랑이라고 해도 믿겠어. 자기 침대 위에 고고하게 앉아 있는 모양새를 보며 효경은 새삼 감탄을 했다. 주워올 땐 분명히 새끼였다. 그것도 제 양손에 뿌듯이 쥐어질 정도로 작았던 새끼 고양이. 그랬던 고양이가 뭘 그렇게 잘 먹었는지 저만큼이나 컸다. 저만큼이 어느 정도냐면 꼭 다 큰 진돗개나 삽살개가 생각날 정도의 사이즈. 이 집이 단독채라 다행이지 연립이기라도 했어봐. 진작 쫓겨났지.

저렇 게 커졌는데도 어찌저찌 지내고 있는 건 야옹이 특유의 성격 덕분이다. 고양이를 원래 싫어했었고, 고양이의 생리에 대해 알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었지만 그거 하나는 효경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야옹이는 말을 잘 듣는다. 쓸데없는 말썽을 부리지도 않고, 크게 앓거나 한 일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용변 처리가 확실했다.

데려왔던 첫날에 일을 보고 싶은 듯 끙끙대는 모양에 효경은 얼마나 놀랐었나. 어떻게 하지? 고양이는 첫 배변이 중요하다고 그랬는데! 모래? 그래, 모래! 아니, 신문지를 깔아야 하나?! 아니, 나는 신문을 안 보는데? 어쩌지, 산에 풀어놔?? 등등 온갖 생각들로 패닉이 오려는데 야옹이가 알아서 어딘가로 스르륵 움직였었다. 요의 때문에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도 꿋꿋하게 인내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야옹이는 열려있던 욕실의 문턱을 사뿐히 넘었다. 배수구에 앉아 일을 보는 모습에 효경은 안심을 하는 건 둘째 치고 경악에 가까운 감탄을 했었던가. 야옹이는 그때부터, 또 지금까지도 그런 식이었다. 용변을 볼 일이 생기면 제가 알아서 화장실 문을 긁어댔고, 효경은 야옹이를 위해 그냥 맘 편히 욕실 문을 열어 두었다. 어차피 혼자 사는 집인데 뭐가 어때. 하여튼 참 똑똑한 야옹이다. 저거 사람이었으면 진짜로 엄청 엘리트였을 거야. 아니면 은근 굉장한 완벽주의자였다거나.

무엇보다 감탄할 일은 따로 있었다. 저 고양이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분명히 알아듣는다. 효경은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신했다.

“야옹아, 자고 있었어?”


말이 떨어지자 야옹이가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다. 도리질을 친 건 아니지만 아니라는 뜻인 것 같다. 봉투를 열면서 대강 안에 담긴 것들을 꺼내 냉장고에 정리하자니 야옹이가 슬그머니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효경은 일상적인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꼭 사람 대하듯이.

“오늘 날씨 더웠는데 우리 야옹이 안 더웠어? 아, 고양이는 더위를 덜 탄다고는 하던데. 배고팠겠다, 그치.”

“……”

“아, 진짜? 배고팠던 거야? 보채지마. 형아가 금방 밥줄 테니까.”


정리하고 있는 게 제 밥이라는 걸 알아차린 모양인지 야옹이는 효경에게 다가와 몸을 부볐다. 냉장고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효경의 등에 한참이나 보드라운 털을 문질러댔다. 얘는 참 신기해, 털도 잘 안 빠지고. 덩치가 커지면서 털도 자연히 길어졌는데 뭐가 날리는 법도 없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에는 온 세상 고양이가 털을 뿜는다던데 날리는 털 한 번 제대로 보질 못했다. 세상에 이런 고양이만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를 맘 편히 키울 수 있을 텐데. 하지만 효경은 아직도 야옹이 외에 다른 고양이를 키워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사실 아직도 고양이는 무섭다. 야옹이가 무섭지 않은 건 아마 눈동자 때문일 거다. 이렇게 자라놓고도 눈동자는 새끼 때 그대로였다. 햇빛을 고스란히 베껴다 그린 것만 같은 황금색 눈동자. 동그란 눈매는 제법 귀엽기도 해서 효경은 그 눈만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그만큼 예쁜 눈이었다. 한 번 바라보기 시작하면 시선을 떼어놓기가 힘들만큼.

태양 같은 눈동자를 확인처럼 바라보고, 효경은 참치와 스팸을 따고 싱크대에 기름을 쭉 짰다. 기름기를 없앤 스팸과 참치를 그릇 속에 그릇에 차곡차곡 쏟아 붓는 걸 보자마자 야옹이의 눈이 크게 열렸다. 당장 급하게 발이 뻗어 나오는 걸 효경이 딱 멈춰 세웠다.

“식사 예절 잘 지켜야 착한 야옹이라고 그랬지? 아직 건드리면 안돼. 기다려.”


기다려 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아쉬운지 작게 갸르릉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아까처럼 발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얘는 진짜 사람 말을 알아 듣나봐. 저러다가 꼭 저 입을 열어 말이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흘끔 거리며 신경을 썼던가. 그러다 문득 부쩍 자란 야옹이의 몸에 시선이 갔다.

덩치가 커진다는 건 살이 찐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고양이는 특히 그랬다. 무슨 종인지도 모르겠다. 고양이에 대해 무지해서 전혀 모르겠지만, 이만큼 크게 성장하는 종이 있기는 한가. 몸길이가 전체적으로 부쩍 길어졌는데, 묘하게 느낌이 늘씬했다. 맵시 잡힌 느낌이랄까. 가만히 자세를 잡고 앉아 있는 자태를 보면 꼭 제 또래의 늘씬한 남자애가 앉아 있는 모습 같은 것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털이었다. 황금색 눈동자에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밝은 갈색의 털은 한 번 꼬이는 법도 없이 윤기 있게, 또 맵시 좋게 몸을 덮고 있었다. 거기에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몸 곳곳을 가로지르는 줄무늬까지. 처음 주워왔을 때보다 더 진해진 줄무늬를 보면 이따금씩 호랑이가 생각이 났다. 저거 진짜 동네에 풀어놓으면 신고 들어올지도 몰라. 동물원에서 잡아갈지도 모르겠다. 호랑이라고.

“자, 다 됐다.”


참치 캔만 10개, 스팸은 꼭 다섯 캔. 수북하게 쌓아올린 접시를 내밀자 그제야 야옹이가 자세를 풀었다. 한 번 냄새를 킁킁 맡더니만 조심히 고개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짐승인데 식사예절까지 있다. 경박하게 먹어치우는 법도 없다. 어디에 고양이 예법 학원 같은 거라도 있나. 이렇게 조심히, 또 깔끔하게 먹이를 먹어치우는 동물을 효경은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 아니, 이건 먹이를 먹는 것도 아냐. 진짜 '식사'지. 생각하며 효경은 한참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 야옹이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야옹아, 맛있어? 그렇게 물었더니 야옹이가 고개를 들었다. 꼭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천천히 먹어야 돼, 알았지?”


참치와 스팸을 좋아하는만큼 야옹이는 여러모로 독특하고 특이했다. 그 중 하나는 우유였다. 본래 고양이에게 사람이 먹는 우유를 주면 안 될 일이지만, 효경은 처음 야옹이를 데려왔을 때 우유부터 먹였었다. 급한대로 편의점에서 몇 팩을 쓸어서 사가지고 왔는데 야옹이는 냄새만 킁킁 맡아보곤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왜 안 먹지, 고양이는 우유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의아한 기분이 들면서도 굶길 순 없을 것 같아 냉장고를 뒤졌을 때 먹다 남은 참치 캔이 보였다. 이거라도 주자 싶어 그릇에 톡톡 털어주었더니 한 점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그때부터 쭉 이랬다. 참치, 스팸, 가끔씩 소고기와 닭고기. 하여튼 고기가 아닌 건 절대 먹지도 맡아보지도 않았다. 고양이도 육식이고 맹수라더니 그 말이 딱이네. 그런 생각을 하니 효경은 야옹이가 우유를 먹지 않는 것도 납득이 갔다. 하긴, 소젖을 먹고 싶겠어.

“천천히 먹어, 응, 잘 한다.”


느릿느릿, 조심히 먹으면서도 야옹이는 남기는 법이 없었다. 그 많은 양을 깔끔하게 먹어치우고 난 후에야 야옹이는 고개를 들었다. 한 조각도 남김없이, 긴 혀를 내밀어 싹싹 핥아 먹었다. 이런 걸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효경은 새삼 감탄했다. 식사를 다 마친 야옹이는 혀를 내밀어 천천히 털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앞발을 할짝이며 적시고, 젖은 앞발로 얼굴을 문질문질 했다.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효경은 한참을 빤히 바라봤다. 고양이 세수라는 건 정말 누가 붙인 말인지는 몰라도 기가 막히게 잘 붙였다. 이렇게 자란 몸으로도 앞발을 들어 꼼질꼼질 거리는 게 귀여워 효경은 작게 웃었다. 웃었더니 야옹이가 툭 시선을 들었다. 문득 눈이 마주쳤다. 또 황금색 눈이다. 깊고, 또 아득한 그 눈동자. 내가 반했던 이 눈. 생각하며 효경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이 눈을 보면 마음이 편해졌. 정말 뭔가가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꼭 심장을 어루만져 주는 것처럼.

“야옹아, 나 오늘도 바람 맞았어.”


세수를 하면서 야옹이가 빤히 효경을 올려봤다. 눈을 맞춰가며 효경은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언제부턴가 이런 넋두리가 늘었다. 집 밖으로 나가면 한 마디도 못할 말, 다른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지도 들키고 싶지도 않은 말들이 이제야 술술 터져 나왔다. 낮에는 잘만 참아놓고 집에 와서 고양이 붙잡고 이러는 내 꼴이라니. 실소가 터지면서도 효경은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꼭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그저 그 황금색 눈을 들여다보며, 넋두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저 편했다.


“이찬 새끼 있잖아. 지가 영화 보러 가자고 해놓고 완전 어이 없다니까. 혼자 또 약속 있다고 홀랑 가버렸어. 소개팅이래. E대 그 뭐라더라. 아나운서 지망하는 여자애라고.”

“……”

“이쁘겠지, 엄청.”

잘 어울릴 거야, 넌 정말 근사하고 멋진 남자니까. 분명 열흘은 시끄러울 거다. 내 쩔어주는 여친에게 열폭 해라, 우민들아! 꼭 그런 기세로 사방팔방 자랑해댈 게 빤했다. 생각에 효경은 또 우울해졌다. 풀이 죽은 탓인지 눈꼬리도 함께 축 가라앉았다. 잡지 못한 한숨이 짧게 터졌다. 빤히 올려보던 야옹이가 할짝 혀를 내어 효경을 핥았다. 뜨겁고 또 축축한 혀 끝에 효경이 얕게 웃었다. 간지러워, 하고.


“나 위로해주는 거야?”


눈이 마주쳤다. 그때에도 묘했다. 고개를 끄덕였다는 기분이 드는 건 왜였을까. 사람 같아서 그런가. 얘는 정말 사람 같다. 사람처럼 바라보고 사람처럼 행동하며 반응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네가 사람이라면 좋을 텐데. 네가 사람이면 어떨까, 정말 근사하겠지. 기초접종을 위해 데려갔던 병원에서도 이렇게 잘생긴 남묘는 오랜만이라고 했었다. 사람이어도 멋있을 거야. 정말 매력있겠지. 적어도 해이찬보단 나을 거야. 해이찬 이 고양이만도 못한 새끼야. 그보다는 말없는 짐승이 백배 천배는 낫겠다. 뻘한 생각 빤한 투정을 떠올려가며 효경은 작게 웃었다. 그러다 또 한 번 습관처럼 한숨이 터졌다.


“야옹아, 네가 사람이라면 좋을 텐데.”

“……”

“그럼 난 이렇게 울지 않을 텐데.”


오늘 진짜 이상하다. 별 소리를 다 하네, 나. 괜한 쑥스러움에 픽 웃고 있으려니 또 한 번 할짝, 하고 긴 혀가 뺨을 훑었다. 돌기가 돋은 혀끝이 간지러웠다. 또 뜨거웠다. 간지러워, 간지럽다니까. 웃음이 터지면서도 효경은 소리 내어 웃지는 못했다. 웃는 대신 야옹이를 제 품에 가만히 끌어안았다. 이젠 거의 제 앉은키만큼 자란 커다란 고양이가 답싹 품에 끌려왔다.


“바보 같아, 나. 그렇지?”


대답처럼 야옹이는 얕게 울었다. 그 말이 꼭 괜찮다는 위로처럼 들려서 효경은 조금 울컥했다. 마주 안은 체온은 따뜻했다. 꼭 해를 안은 것처럼. 해인 듯, 태양인 양.













* * *



더워.

밤, 눈을 감은 채로 효경이 작게 중얼 거렸다. 요 며칠 열대야라더니 그 말이 딱이었다. 산을 타고 내려온 습기는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가시지가 않았다. 아니, 바람은 시원해. 열어둔 창에서 쏟아지는 바람은 제법 차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덥다. 뭔가, 엄청, 되게, 뜨거워. 토막토막 끊어진 감상을 끌어 모으며 효경이 눈을 감은 채로 미간을 좁힌다. 뜨거워진 체온 탓에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웠다.

아니, 돌아누우려고 했다. 분명히.

“…어.”


무거워.

허리가 묵직했다. 이거 이상해. 낯설었다. 허리에 얹어진 무게가 아무리 생각해도 제 것이 아닌 듯 영 이질적이었다. 뭐지. 꼭 사람이 올라가 있는 것 같애. 야옹인가. 가끔 잠결에 곁에 올라와 자는 녀석을 느낀 적은 있었지만 그때에도 이렇게 무겁진 않았었다. 낯선 무게에 효경은 내키지 않는 듯 천천히 눈을 떴다. 감겨 있던 눈동자가 열리자 어둠이 먼저 시야를 먹었다. 아니, 어둠 속에 어둠이 또 있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림자.

뭐지? 허리 위에 그림자가 보였다. 활짝 열린 창문에서 쏟아지던 달빛을 등에 업고, 이지러지기 시작한 어렴풋한 달빛을 업은 채로 누군가, 효경의 위에 있었다. 그 생소한 풍경에 효경은 잠이 덜 깬 눈을 얕게 좁혔다. 꿈이지, 이거?

‘남자’였다.

“…꿈일 거야.”


허리 위에 타고 앉은 형상을 보며 효경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남자고, 말랐다. 말랐는데 묘한 맵시가 있었다. 남자는 머리가 제법 길었다. 어깨까지 흩어지는 결 좋은 머리카락의 색은 참 밝았다. 밝에 색을 뺀 갈색 머리카락이 창을 타고 불어드는 바람결에 흔들흔들 춤을 추었다. 남자는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 말랐지만 제법 잔근육이 붙어 탄탄한, 맵시 좋게 벌어진 어깨나 몸의 선 같은 것들이 효경의 시야 속에 어릿어릿 흩어졌다. 꿈인가봐. 꿈이 맞네. 아니고서야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낯선 남자가 뜬금없이 내 허리를 타고 올라앉아 있을 이유가 없잖아. 몽롱한 머리로 감상을 떠올리며 효경은 느릿느릿 눈을 끔벅거렸다. 그러다 문득 달빛에 얼굴이 보였다. 되게 예뻐. 아니, 잘생겼다. 엄청 잘 생겼어. 이런 얼굴 주은호말곤 본 적 없는데, 꼭 어딘가에서 빚어 놓은 미소년 같은 얼굴이었다. 그마저도 현실적이지 못했다. 뭐지, 이건. 천사가 내려왔나?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가, 그 허리를 타고 앉아 있던 ‘남자’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왜.”

“……”

“꿈꾸는 것 같아?”


뭐야. 목소리가 묘하게 리얼해. 대체적으로 미성인데 남자의 목소리는 이목을 집중시키는 묘한 힘이 있었다. 목소리도 좋아. 굉장히 좋아. 단 몇 마디를 들은 것만으로도 사람의 고막을 간단히 녹여낼 수 있을 법한 달콤한 목소리였다. 잠에서 깨면 깰수록 점점 더 옅어지는 현실감에 효경은 눈을 들고 다시 한 번 찬찬히 남자를 봤다. 예쁜 얼굴, 동시에 헉 소리가 나오게 잘 생긴 얼굴. 누가 꼭 허공에 대고 그려둔 것만 같은 얼굴. 차라리 2D라고 하는 편이 더 옳을 법한 그런 현실적이지 못한 얼굴. 그러다 문득,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순간 효경은 순식간에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을 느꼈다. 찬물이라도 맞은 듯 했다. 묵직한 허리, 티셔츠와 얇은 드로즈 하나만 입은 채 잠들어 있던 자신의 팔과 다리에 닿던 생생한 피부. 그리고 이쪽을 빤히 보는 눈동자는 분명,

황금색이었다. 햇빛처럼, 태양처럼 반짝이는 그 황금색 눈.

설마.

“야, 야… 야옹이 ―?!!!”


그 말에 빚어낸 듯 잘 생긴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아, 진짜, 하고 정말 빡이 쳐서 참을 수가 없다는 목소리와 함께.


“기껏 이런 모습인데도 그 망할 야옹이 소리를 또 듣고 있네. 저기요, 그딴 말단들하고 같이 취급하지 말아줄래요? 바보야? 눈 멀었어? 어디 아파요? 내가 고양이로 보여? 그럼 진짜 큰일인데.”

“…야옹이 아냐?”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근데, 너 눈이 우리 야옹인데…”


암만 봐도 그 눈인데. 볼멘 듯 중얼거리다 효경은 다시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게 더 이상했다. 야옹이라니. 야옹이가 대체 왜. 그 스팸과 참치에 환장하는, 삵이라고 속여도 좋을 그 거대한 내 고양이가 대체 왜, 어찌하여,

‘사람’이 돼서 내 허리 위에 앉아 있는 건데.


“놀랐나봐. 그쵸.”


패닉이 오려는데 남자가 웃었다. 웃는 모습도 참 근사했다. 긴 밤을 뚫고 떠오르는 햇살 같은 웃음이었다. 그 웃음에 비해 처해 있는 사태나 상황이 아무래도 영 좋지 못했다. 분위기가 영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직감한 효경이 그제야 남자에게 깔린 채로 작게 꿈질거렸다. 그런데도 원체 요령 좋게 눌러 앉아 있는 탓인지 팔이며 다리가 좀체 꿈쩍하지 않았다. 아니, 그 눈이 문제였다. 황금색 눈동자를 마주친 순간 몸이 굳었다. 이상했다. 꼭 무슨 최면에라도 걸린 것마냥.


“물론 나쁘진 않았어요. 세 달동안 야옹이라고 불린 것도 재미는 있었으니까.”

“…너 진짜 야옹이야?”

“나한테 야옹이라고 이름 붙인 건 그쪽이잖아요, 지효경씨. 아, 뭐… 내 이름 모르니까 그런 거지만. 이해해줄게요.”

“이름도 있어?”

“있지, 없어요?”

“너 뭐야, 대체.”

“나? 호율.”

“……”

“하늘 호에 빛날 율. 그래서 호율.”


이름을 말하고 야옹이는, 아니, 호율이 웃었다. 그린 듯 근사하게 웃어놓고 호율은 제 밑에서 꿈질거리는 효경을 한참이나 재미있다는 듯 내려다봤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또 한 번 몸이, 또 시간이 멈췄다. 빨려 들어갈 것처럼 일렁이는 황금색 눈동자를 바싹 들이대며 호율은 코 앞에서 다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뺨을 간질이는 숨결이 뜨거웠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만큼이나. 델 듯 했다. 태양처럼, 해처럼.

“근데 통성명은 나중에 한다 쳐도,”

“……”

“왜 내 밑에 깔려 있는 건데요?”


너란 새끼가 깔았잖아요, 이 득득 긁어 삶아 버릴 가마솥 누룽지 같은 새끼야.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목소리만 나올 수 있었더라면 진작 몇 번을 욕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된 순간부터 입술이 딱 붙어 버렸다. 뭔가에 홀린 양, 가위에라도 눌린 것만 같은 이 기묘한 상황에 효경은 그저 눈동자만 바쁘게 굴려댔다. 맘속으로는 아마 대구에서 한참 에어컨을 쐬며 달게 자고 있을 엄마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엄마, 사랑하는 엄마.


“이렇게 보니까 더 귀엽다, 지효경.”

“……”

“나랑 짝짓기 할래요?”

전 아무래도

호랑이 새끼를 키웠나봐요.




(계속)

글을 씁니다. | 트위터 @ruka_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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